좋은 기회로 장학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약 20일간의 유럽 여행이고, 심지어 우리가 직접 계획해서 가는 자유 여행이니까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나갔다. 우리는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순서대로 다녀왔는데 각자 한 사람씩 맡아서 가이드 역할을 하기로 했다. 내가 맡은 나라는 프랑스였다. 프랑스가 가장 긴 일정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정을 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 거 같다.
첫 출발은 설렘이 가득했다.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내가 유럽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외국어와 주변 풍경을 보고도 ‘내가 정말 유럽이라고?’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택시를 이용하는 거부터 어려웠다. 무거운 짐을 가지고 우버를 부르는데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하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우버를 올바른 장소로 부르는 데 성공을 했다. 서투른 영어 실력이지만 도움이 되긴 되었다. 외국분들과 의사소통하는 게 걱정이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하려고 열심히 알고있는 영어지식을 동원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숙소에 짐을 놔두고 돌아다니는데 영국 가이드를 했던 친구가 구글 맵을 보고 능숙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영국에서 세인트 토마스 병원과 플로렌스 나이팅 게일 박물관을 다녀왔다. 토마스 병원은 런던에서 가장 큰 병원이라고 한다. 1층은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에 ‘우와 여기가 병원이라고?’라는 느낌을 받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쉬고 계시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았는데 힘들어 보이지만 다들 웃고 계셨다. 해외 간호사를 한 번은 생각해 본 적이 있어서 나중에 나의 모습이 저럴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팅게일 박물관에 들어갔을 때는 간호학개론 수업이 많이 생각났다.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나이팅게일의 마음, 환자들을 간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으며 그녀의 마지막을 볼 수 있는 침대를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하는 것보다 이 박물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더 나이팅게일에 대한 나의 존경심이 커지게 되었다.
영국은 외국인과 소통하며 우리가 불안감을 낮출 수 있는 첫 장소가 되어 좋았던 거 같다. 어느 정도 익숙한 영어로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게 좋았고 모든 사람이 친절하였다. ‘신사의 나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라고 느꼈다. 런던의 풍경도 개인적으로 4개국 중에서 제일 멋지고 예뻤던 거 같다. 특히 야경으로 본 타워 브릿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이렇게 영국을 마무리하고 이탈리아로 이동했다.
이탈리아는 말을 이해하기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의사소통하는 우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영국과 다르게 관광명소가 몰려 있어 4개국 중 제일 많이 걸었던 것 같다. 하루에 2만보 이상 걸으니 힘들기도 하였지만, 대중교통을 타면 볼 수 없는 멋진 풍경도 많이 보았고 운동도 되는 거 같아 좋았다. 트레비 분수에 가서 동전을 던지며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소원을 빌었다. 이탈리아는 소매치기가 많다고 하여 정말 조심하면서 다녔다. 1시간 넘게 기다려 들어간 바티칸 박물관은 정말 컸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라는데 하루 만에 볼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최대한 열심히 돌아다니며 박물관을 살폈다. 세계사를 잘 모르지만 한국어 오디오를 듣고 돌아다니니 조금이라도 이해가 잘 되었고 은근 흥미로웠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니 또 느낌이 색달랐다. 제네바에 와서 적십자 국제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전쟁 시 사용했던 물품과 옷가지를 보니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사람을 살리려는 노력이 담긴 모습을 보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이 박물관은 사람을 죽이는 전쟁과 사람을 살리는 인류애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의료계와 관련된 학생들이라면 꼭 한 번은 방문해보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위스의 하이라이트 그린델발트의 융프라우를 다녀왔다. 내가 살면서 이런 풍경을 다시 눈으로 볼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정상에 올라갈 때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추워서 힘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였다.
마지막으로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기차를 타고 넘어갔다. 이제는 내가 가이드가 되어 친구들을 안내할 차례였다. 프랑스에서는 지하철을 많이 타고 다녔는데 교통카드를 만드는 것부터 구글 맵으로 경로를 보는 것까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 가이드의 책임감이 커져 마음이 무겁기도 하였다. 하지만 차근차근 친구들이 내가 계획한 일정에 잘 맞춰주어 정말 고마웠다. 박물관이 대부분 휴무인 월요일에 디즈니랜드를 방문하고 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자연사 박물관, 의학사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의학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니 간호학개론에서 배웠던 내용이 훨씬 더 잘 이해가 되었다. 판테온과 사크레쾨르 대성당, 개선문 등을 다녀오며 프랑스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 좋았다. 다행히 친구들과 프랑스 역사에 대해 미리 영상을 찾아보고 공부를 해가서 방문했을 때는 더 잘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4개국의 여행이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자유 여행을 무사히 마친 우리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기회로 내가 얻은 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정말 너무 많다. 꼼꼼하게 일정을 짜는 능력, 외국인과 편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 길 찾는 능력 등 내가 몰랐던 나의 능력들이 많이 보인 것 같다. 그리고 학과와 관련된 곳을 방문해보니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이해가 빠르며 재미있었다. 만약 장학 연수가 다시 열린다면, 학과 후배들한테 꼭 추천해주고 싶다. 이번 여행은 20대 나의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