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외문화 장학연수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팀장 모현숙의 권유였다. 지원하겠다고 다짐한 건 큰 이유는 아니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친한 친구들과 한 번쯤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는 경험을 얻고 싶었다. 그게 큰 이유였고, 한번 여행가는 데 제대로 각국의 언어를 공부해보고 전공에 맞는 견학지에서 현지인과 인터뷰해보는 기대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유럽에서도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위스 베른과 라우터브루넨,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피사, 로마를 다녀왔다. 이제야 다녀와서 느끼는 거지만 언어능력과 전공지식이 크게 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다만, 연수국가의 문화에 대해서 확실히 배우고자 노력했다. 그 나라의 역사뿐만아니라 이동할 때의 대중교통, 에티켓,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 등 사소한 부분에도 눈 여겨보았다.
처음으로 간 곳은 영국 런던이었다. 런던에서 곳곳에 위치한 역사적인 건물들과 유서 깊은 박물관들은 런던이 가진 역사와 문화의 풍부함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런던 아이에서 바라본 타워 브리지와 빅벤 타워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내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 유산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그 속에서 과거의 영광과 현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런던의 음식들도 상당히 괜찮았다. 유럽 중에서도 특히 영국은 음식이 맛없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인 입맛에는 괜찮은 편이였던 것 같다. Fish and chips와 런던베이글은 영국에 한 번 더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두번째로 간 곳은 파리였다. 파리는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였다.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를 상징하는 명소들은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프랑스의 주아이유 카페에 방문하였는데 이 곳은 대형장애인고용카페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종업원들이 근무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주문과 서빙을 장애인 직원이 해주었는데 상당히 친절하였다(유럽 종업원들 중에 가장…) 카페마다 지도해주는 매니저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 파리사무소에 연락이 되어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 방문할 때 세 분이 계셨는데 다른 한 분은 다른 지역으로 파견을 나갔다고 하셨다. 해외에서 다른 한국 사람을 만나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해외로 파견될 시 생활하는 모습들과 원자력 에너지의 전망 등 여러 비전들을 제시 받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현지 레스토랑에서 맛본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다음 행선지는 스위스였다. 파리에서 스위스 베른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였는데, 거리가 있다보니 저녁 늦게 도착하였다. 전에 방문했던 런던과 파리와는 다르게 저녁에 음산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우리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장을 보러갔다. 우리 팀 모두 오랜 이동시간 때문에 지쳐 있을 법도 한데 스위스의 웅장한 자연환경 덕분인지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 베른은 다른 유럽 도시들과 확연히 다른 건축물과 아레 강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도시였다. 구시가지 거리의 돌다리와 오래된 건물들은 스위스 중세 시대의 멋과 역사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고, 아치로 만들어진 보도와 골목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이 곳은 아인슈타인이 거주하며 상대성이론을 정립한 곳이기도 하며, 아인슈타인 하우스가 있고 베른 역사박물관에서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자로서의 삶과 작업물에 대한 자료들을 볼 수 있었다. 베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라우터브루넨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숙박을 했고, 여기서 스위스 현지사람들의 생활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이 근처에 높은 산들이 많고 1년 내내 눈이 녹지 않아 스키와 보드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로 향했다. 스위스에서 로마로 바로 넘어가기에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아쉬운 부분들을 놓칠까 해서 먼저 밀라노를 방문했다. 스위스와 달리 공기질이 너무 좋지 않아 충격이었다. 미세먼지는 극도로 심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수명이 빨리 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곳에서 SOS 재단 ‘Telefono Azzurro’을 방문 계획이었는데 구글 맵에 나와있지만 실제 건물은 없어 당황했던 사건이 있었다. 주위를 열심히 찾아보고 현지인에게도 여쭈어 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렇게 밀라노를 뒤로하고 로마를 향해 달려 갔다. 중간에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인 피사를 경유하기로 하여 피사의 사탑과 함께 사진을 남겼고, 이탈리아의 대표하는 에스프레소도 마시며 밀라노에서의 아쉬움을 달래었다.
에어비앤비를 사용하며 여러 도시들의 숙소에 숙박하였지만 한국만큼 편하고 깨끗한 집구조를 보진 못했다.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인들은 아파트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도 아직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 많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주변 교통도 만만치는 않았다. 역사적 유적지가 너무 많아 훼손하지 않고자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도 길이 구불구불했었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살아가는 현지인들은 자신의 고향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에 애국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다. 보름정도의 장학연수를 마치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치한과 교통상황 등 여러 변수들을 놓고 봤을 때 매우 순조로웠던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연수를 진행하면서 전공에 대한 지식을 함양했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유럽 현지에 사는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문화를 지켜오고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갈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의 전공과 무리하게 연관 지어 해외문화 장학연수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공연계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언어를 미리 배우고 문화를 느끼며 현지사람들에게 동화되어보는 기회를 가지라고 조언해주고 싶다.